나이 들고 기력이 쇠한 노년층이 갑자기 본래 성격과 다른 행동이나 말을 한다거나 병을 앓고 나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혹시 치매는 아닌지 덜컥 겁을 먹게 된다.
이때 주의가 필요한 것이 섬망과 치매는 엄연히 다른 성격의 질환이라는 점이다.
 
◆ 비교적 흔한 섬망, 병원 입원 환자의 10~15%가 경험

 
섬망(Delirium, 譫妄, 헛소리 섬/망령될 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갑자기 발생한 의식 장애, 주의력 저하,
언어력 저하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장애와 정신병적 증상을 유발하는 신경정신질환이다.
김해중앙병원 정신건강클리닉 유은라 과장은 “섬망은 하루에도 증상 변동이 심한 편이며, 원인이 교정되면 수일 내에
호전되는 것이 치매와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섬망은 병원 내과 입원 환자의 10~15% 정도가 증상을 보일 정도로 흔하며, 특히 수술 후나 노인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섬망의 원인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한 신경전달물질 중 아세틸콜린의 감소이며,
이로 인해 의식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 섬망 증상의 특징
·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고,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 집중력 저하, 피해망상, 비논리적 사고, 의심 등을 보인다.
·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 헛것을 본다.
·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돌발 행동을 보인다.
· 하루에도 증상 변화가 심하고, 주로 낮보다는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섬망의 원인으로는 뇌질환(뇌졸중, 뇌종양, 뇌의 감염질환 등), 감염성 질환(요로계 감염), 내분비·대사성 질환
(갑상선기능저하증), 심혈관질환, 호흡기 질환, 약물중독, 약물금단, 낯선 장소로 거취를 옮긴 경우 등이 있다.
 이런 원인을 찾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섬망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빠른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
섬망의 치료는 무엇보다 원인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은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섬망의 원인질환
치료와 함께 환자를 혼자 두지 말고, 대화하면서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고, 입원시 낯설지 않도록 환자가
사용하던 물품을 준비하기 등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서서히 진행하는 치매, 증상 정도와 진행 속도 늦추는 것이 관건
치매(Dementia, 癡呆, 어리석을 치/어리석을 매)는 ‘제정신이 아닌(out of mind)’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여러 원인에 의한 뇌손상으로 인지기능장애를 가져오는 상태를 포괄한다.
치매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이며,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원인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원인이다.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며, 최근 일이나 사람의 이름, 사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는
기억장애, 길을 잃거나 복잡한 그림을 따라 그리지 못하는 공간지각장애, 판단력 저하 등이 동반되며, 간단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
유은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치매는 현재로써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평소 만성질환 관리와
긍정적인 생각, 꾸준한 운동과 균형있는 영양 식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 66세에 진행되는 인지기능장애(치매)
건강검진은 물론, 치매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경도 인지장애 등이 의심되는 경우 진료를 꼭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 김해중앙병원 정신건강클리닉 유은라 과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